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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갖고 그래..” 통신업계의 한숨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14 17:37

수정 2012.05.14 17:37

“왜 나만 갖고 그래..” 통신업계의 한숨

[위기의 통신산업 성장판 깨워라] (1) 인위적 시장개입, 시장-정책기능 무력화

지난해부터 이동통신 산업의 성장이 멈췄다. 올해는 뒷걸음치며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동통신 산업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시대로 접어들면서 전체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반이다. 이동통신 산업의 성장이 멈추는 것은 한국 ICT산업의 성장판이 닫히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의 과도한 요금개입, 진흥정책보다는 규제 중심으로 짜여진 정부 정책, 통신사업자 간의 진흙탕 싸움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닫혀가고 있는 한국 ICT산업 성장판의 현실을 짚어보고 닫혀가는 성장판을 깨울 수 있는 대안에 대해 5회에 걸쳐 조망해 본다. <편집자주>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 통신시장의 모든 기능이 마비됩니다.
정부의 통신산업 정책도, 통신업체의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모두 뒷전이 되고 정치권의 요금인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게 산업의 최대 이슈가 되는 셈입니다."

한 통신업체 고위 관계자가 허탈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지난 2000년 이후 대형 선거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표몰이에 나서는 정치권의 시장 개입이 통신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 요금조정…시장기능 무력화

지난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권이 이동통신 기본료 인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 대통령 선거 등 크고 작은 선거를 거칠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는 주요 선거공약으로 제시됐다. 결국 2007년에는 통신요금 20% 인하를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하는 통신업계는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싼 요금으로 경쟁하는 시장 경쟁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 선거철 공약에 의해 강제적으로 요금을 인하한 통신업계는 지난 2000년 이후에는 스스로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내린 사례가 없다.

한 대학의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자는 것인데,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경우 정치권이 매년 요금인하에 직접 개입하기 때문에 시장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고 휴대폰 보조금으로 가입자 뺏기 경쟁에만 몰두하는 이유도 각자 특징적 요금제도를 내놓고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시장기능이 정치권에 의해 무력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통신정책은 요금인하?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통신요금 20% 인하'가 공약으로 제시된 이후 지난 4년간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 통신정책은 통신요금 인하였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새로운 융합산업 육성을 주 목적으로 내세워 방통위가 설립됐지만 ICT 융합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청사진이나 융합산업을 키울 정부 부처별 규제 개선 같은 일은 엄두도 못 냈다.

통신요금을 내리기 어렵다고 버티는 통신업계를 설득하느라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올해도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각 정당들이 통신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준비하며 방통위에 대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과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시장기능뿐 아니라 정부 정책기능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시장개입, 국민에게도 독

지난해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하고 한달 문자메시지 50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인하를 단행했다. 통신요금 20% 인하라는 대통령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같은 요금인하를 혜택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추가 요금인하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일회성 통신비 인하나 소매요금 규제 중심의 정부 개입은 이용자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기도 어렵고 민간사업자인 이동통신사의 경영의지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개입은 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이동통신사업자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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